국화과 여러해살이풀이다. 전국의 산과 들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풀로 높이 50cm 정도 곧게 자라며 가지가 갈라진다.
9~11월 줄기와 가지 끝에서 흰색 또는 연한 붉은색 꽃이 한 송이씩 핀다. 안쪽의 대롱 꽃은 꽃부리가 노란색을 띠어 가장자리의 흰 혀꽃과 조화를 이룬다. 이름은 아홉 마디까지 자랐을 때 약효가 좋다 하여 ‘九折草’, 음력 9월 9일 중양절에 채취하여 약으로 썼다 하여 ‘九節草’에서 유래했다는 설이 있다.
시월
덕산기 계곡
직벽마다
구절초가 피었다
가파른 바위에
내걸린 흰 꽃들의
부조浮彫
다홍의 꼬리를 끊고
서둘러 봉우리를 넘는
볕의 이마가
붉다
글. 사진 | 정충화
정충화 님은 국립원예특작과학원에서 식물해설사로 일하고 있습니다. 한눈에 척척 식물, 나무의 이름을 불러줍니다. 2008년 계간 《작가들》 신인 추천으로 등단해 시집 《누군가의 배후》(2013), 《봄 봐라, 봄》(2020), 시화집 《환몽(공저)》, 산문집 《삶이라는 빙판의 두께》(2019)를 펴냈습니다.
구름에 오르니 가슴이 열리네
[스케치 여행] 교토 기요미즈사 Kiyomizu Temple
도시보다는 오래 되고 전통적인 것을 좋아해 첫 일본 여행으로 교토를 정했다. 우리의 경주 같은 그 도시에서 오래된 일본을 느끼고 싶었다.
교토 관광지의 대부분은 사찰이었다. 그 당시 승려(라고 쓰고 권세가라 읽는다)들은 그들이 모시는 신을 위해, 가족을 위해 성과 사찰을 세웠다. 사찰만 돌아다니다 보니 ‘이러다 비구니가 되겠어’라고 생각하는 찰나, 기요미즈사(寺)에 도착했다.
by Alberto Carrasco Casado, wikimedia (CC-BY)
기요미즈사는 780년 승려 엔친이 세운 사찰로 기요미즈(淸水)는 ‘성스러운 물’을 뜻한다. 오노타키 폭포에서는 물을 받아먹을 수 있는데, 세 가닥의 물줄기가 흐르는 곳에 많은 사람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고 있다. 왼쪽은 지혜·중간은 사랑·오른쪽은 장수에 좋다는데 역시나 가운데 줄이 사람들이 가장 많았다.
우리의 인사동 같은 일본식 옛길을 올라가다 보면, 깎아지른 절벽 위에 오래된 본당 툇마루가 나온다. 나무로만 만들었다는 절은 툇마루 바닥을 아무리 조심조심 걸어도 노쇠해서 삐그덕 삐그덕, 아야 아야 하는 소리를 냈다.
그렇게 툇마루에 올라 하늘을 보면, 일단 누구나 할 것 없이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게 된다. 탁 트인 시야에 교토 시내가 한눈에 들어오고 마치 구름 위에 올라와 있는 듯한 느낌이 든다. 와, 도대체 승려 엔친은 뭐하는 사람이었을까. 이런 곳에서 신선놀음을 하면 황제가 부럽지 않았을 것 같다.
멍하니 하늘을 바라본다. 아무 말도 필요 없다. 성수를 마시지 않아도 지혜가 생기고, 사랑이 찾아오고, 장수를 할 수 있을 것 같다. 구름위에 올라 그 시절 권세가가 되어보고 싶다면, 가을 교토의 기요미즈사를 찾아보라. 교토의 단풍이 그 풍미를 더할 것이다.
그림. 글 | 배은정
배은정 님은 방송국에서 일하고 있으며 여행지에서 그림을 그리는 게 취미입니다. 사진보다 그림으로 아름다운 순간을 남기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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