時 갈피
보이지 않는 도시_서중시장
[시간 지우기]
사천(沙川)이라 불리던 홍제천 인근의 땅, ‘모래내‘라 불리는 곳. 한국전쟁 후 이촌동의 수재민과 용산 철거민, 서울의 꿈을 꾸는 각지의 사람들이 판잣집을 짓고 살아왔다.
1973년에 세워진 서중시장은 이보다 10여 년 전에 들어선 모래내시장과 함께 서북부 지역의 대표적인 도소매 시장으로 자리매김했고, 서민들의 애환과 함께 해왔다.
대중목욕탕, 선술집, 포장마차, 성인카바레, 길 건너 모래내역 주변의 작은 점포와 쪽방들로 시간이 멈춰버린 듯 오래된 국산 삼류 영화의 한 장면이 떠오르는 곳.
이제는 사진 속에서만 찾을 수 있다. 경의선 열차의 정취도 자판기 커피의 따스함도 사라졌다. 사라진 기억의 풍경이다.
사진, 글 | 김수길
거슬러 가기
대치동 롯데백화점 뒤편 문화센터 골목으로
노란 보자기에 싼 짐을 머리에 이고
초로의 한 여자가
옛날에서 걸어 나와
옛날로 걸어 들어간다.
봄날 오후 간판들과 꽃들은 지천인데
대로변 횡단보도에서 여자는 어딘가를 자꾸 뒤돌아보았다.
아직도 짐을 머리에 이고 가는 사람이 있다니.
사는 게 마음대로 할 수는 없어서
차라리 거슬러 가 보려는 건 아닐까.
저 봇짐을 따라 거슬러 올라가
그냥 오래오래 생각하는 모습으로 지냈으면 싶다.
지나가던 말에도 서로 상처받던 가족들에 대해
그들의 고통이 흘러나오는 곳에 대해
이제는 궁금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시냇가에 맨발로 앉아
잔돌멩이나 쌓으며
시냇물에 붙들린 풀잎들의 걱정거리나 떼주면 어떨까.
느리게 건너오는 물결의 시간보다
더 천천히 도착할 소식을 궁금해하는 것도 괜찮은 일일 거야.
혹시라도 거슬러오지 못하고
아직 그곳에 남아 머뭇거리는 내가 있다면
위로하듯 슬며시 껴안아 보는 것,
같이 밥 먹자는 사람이 없다면
혼자 저녁이나 좀 해먹을 생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은 일이리라.
그렇게 나지막한 집으로
짧아진 그림자나 데리고 들어갈 수 있는 것도 슬기로운 일이다.
시 | 오형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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