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그램 때문에 특별한 사람들을 만나기 시작했다. 그때 만난 ‘리조’라는 여성은 짧은 머리에 티셔츠를 입은 미소년 같은 모습이었다. 그는 움직임연구소 ‘변화하는 월담’ 대표. 특기는 ‘파쿠르(Parkour)’다. 파쿠르는 도시의 지형지물을 이용해 인간 한계에 도전하는 일종의 익스트림 스포츠다. 처음엔 빌딩에서 빌딩으로 넘어 다니는 액션 스타의 멋진 모습을 기대했다.
하지만 ‘리조표’ 파쿠르는 익스트림 스포츠와는 영 다른 움직임이었다. 그렇게 격렬하지도 않았고 목적도 영 딴판이었다. 자기가 살고 있는 지형지물을 이용해서 움직임의 능력을 회복하는 것이 그만의 스포츠의 목적. 몸을 움직여 딱딱하게 굳어있는 마음을 녹이고 단절돼 있는 사회적 관계까지 원래대로 만드는 것이 그가 움직임을 가르치는 원리였다. 평생을 손가락과 머리로만 살아온 나에겐 참으로 신선한 분야였다. 다시 태어난다면, 아니 제2의 직업을 만든다면 머리가 아닌 몸으로 살아보고 싶다는 나의 욕망을 자극하기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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