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 타령이나 할 정도로 요즘 삶이 여유롭지는 않다. 그런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이렇게 팍팍하게 살려고 하는 이유도 다 사랑 때문이 아닐까 싶다. 어떤 분의 말씀대로 ‘무엇 때문에’ 사랑하지 말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랑한다는 게 쉽지도 않다. 죽을 때까지 사랑하고 산다면 얼마나 행복할까를 생각하면 멈춘 듯하던 심장이 다시 뛰기도 한다. 젊음이 사라진 자리에는 사랑이 끼어들 틈이 없다. 더 이상 타인에 대한 관심이 무뎌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늙는다는 것이 슬픈 게 아닐까 싶다. 자기 몸이 아프기 시작하는데 타인에 대한 관심이 있을리 만무하고 주변은 모두가 귀찮고 하찮은 것이 될 테니까.
특히 ‘하룻밤 사랑’을 할 수 있다는 것은 젊음의 특권이 아닐까 싶다. 이성에 대한 강렬한 유혹과 매혹이 만날 때만이 그걸 가능하게 할 테니까. 가슴에 열정이 남아있는 모두가 그런 일탈을 꿈꾸는 것도 내가 살아있다는 증거가 될 테니 말이다.
모스만 협곡은 서울 크기의 15배에 달하는 광활한 지역으로 케언즈에서 약 80km 떨어져 있다. 이 곳은 오래 전부터 호주 원주민들이 평화롭게 살던 지역이었다.
그러나 1872년 이 지역을 찾은 월리엄 한(William Hann)이 금을 발견하면서 상황은 달라졌다. 월리엄 한은 퀀즈랜드 주정부의 허가를 받고 요크 반도를 탐사하던 중, 모스만 협곡에서 이어진 파머강 부근에서 금을 발견한다. 이후 4개월 만에 금광 채굴을 위해 쿡타운(Cooktown)이라는 광산 마을이 건설된다. 삽시간에 광부 및 공무원 등 약 3,000명이 조용한 마을에 들이닥치게 된 것이다. 여기에 더해 1876년, 인근 지역인 호킨스강에서 금이 발견되면서 거주민은 급격하게 늘어 약 12,000명에 이른다. 이때 금을 비롯한 광물을 운송하기 위해 포트 더글라스가 조성되었다. [더보기] https://www.cafein21.co.kr/allarticle/11330
[클로징 포엠]
우수 雨水
밤새 찬바람이 불었는지 산수유 열매에 주름이 많이 맺혔다.
가지를 빠져나오는 바람에서 구김살 많은 노인의 밭은기침 소리가 난다.
혹한이 이어진 올겨울은 둥치의 껍질이 더 많이 갈라져 있다. 감당할 부분을 넘어서면 누구든 헤쳐 나오는 법을 가늠해보는 거라고 믿는다.
며칠 빌려 쓰기로 한 농가 아궁이에 주인이 마련해 준 장작을 넣는다. 뜨거운 불길과 식어버린 열기의 서늘함이 함께 들어앉은 불구멍, 한참을 쓰지 않았다더니 땔나무를 몇 번이나 뱉어낸다. 나무의 그을음은 아닌데 검은 연기가 올라온다. 아궁이에 채 마르지 못했던 사연이 들어있는 것 같다. 불타 들어가던 집에서 빠져나오던 열 몇 살 무렵의 나를 닮았다.
어떤 길로 들어서야 하나, 머뭇거리며 살아온 시절이 절반이다.
단박에 타들어 가지 않는 건 옹이 박힌 나무다. 한동안 버티더니 불씨를 받아들이기 시작했다. 비로소 아궁이가 제대로 뜨끈해진다. 다른 것들한테 치여서 햇빛 덜 본 것들이 다 옹이로박혀 든 거야, 부업으로 버섯을 키우는 집주인이 부지깽이를 건네며 말을 붙였다.
자신을 밀어낸 다른 가지와 더 단단하게 엮이기 위해 옹이는 둥치 안으로 스스로를 들여놓았나 보다. 그늘을 버티며 살아온 삶이 참 여럿이다. 들여다 보니 옹이는 나이테에 자신을 내친 산을 껴안고 있었다. 등고선을 제 몸에 거두어들이며 옹이는 어떤 산을 품고 싶었을까.
내 그늘은 무엇이었는지 산 끄트머리를 자꾸 쳐다보게 된다. 겨울이 그루터기만큼 남았다. 또 한 절기가 넘어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