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덧 10년입니다. 벚꽃이 찬란히 피었다 졌지만 지지 않는 기억이 있습니다. '세월호'.
정파와 이념에 휘둘려 맘대로 슬퍼할 수 없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그래도 기억해 봅니다.
[밤9시의커피] 우리의 4월에 ‘세월’을 건네며
벚꽃이 졌지만, 세월호는 지지 않습니다
우리는 올해도 어김없이, 기억하고 이를 위해 추모하기로 했습니다. 이렇게라도 않으면 마음속에 자리한 이 돌덩이에 각자 혼자서 짓눌릴 것 같았으니까요. 세상을 바꾸자는 거대한 이야기는 없습니다. ‘우리의 4월에 기억해, 봄’은 함께 이 돌덩이를 꺼내놓고 작은 날갯짓을 펼치는 우리만의 몸짓입니다. 그저 우리가 연결돼 있음을 기억하고 확인하길 바랄 뿐입니다.
앞선 흉포한 재난들에서 운 좋게 살아남은 우리는 여전한 잠재적 사회적 참사 앞에 노출돼 있습니다. 자기 검열과 공권력의 폭압에도 발가벗겨져 있고요. ‘파국’으로 향하는 우리 사회를 보여주는 풍경을 곳곳에서 목격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포기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10년 혹은 그 이상 지난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는 사회적 참사들의 유족들이 보여주는 힘과 위로 때문입니다. 진상규명과 책임자 처벌조차 하지 못한 사회에서 유족들이 품고 있을 절망과 환멸은 상상조차 할 수 없지만, 그들은 여전히 기억 투쟁과 삶을 지켜나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벚꽃이 피었다 집니다. 벚꽃 엔딩은 순식간에 찾아왔습니다. 하지만 벚꽃이 진다고 그대들을 잊은 적 없습니다. 잊지 않습니다. <밤9시의커피>는 ‘세월’이라는 블랜딩 커피를 준비하기로 했습니다. 벚꽃 시즌 메뉴가 끝난 뒤 찾아옵니다. 시간이 허락하고 함께 마음을 보태고 싶다면, <기억해, 봄>을 상영회에서 함께 보면 좋겠습니다. 아쉽게 오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기억해, 봄>은 4월 한 달간 다큐멘터리 전문OTT VoDA(https://voda.dmzdocs.com)에서 관람할 수 있거든요.
카페 창밖으로 플랫폼과 기차가 보인다. 안쪽 창가에 레일이 깔려있고, 칙칙폭폭 모형 기차가 다가온다. 창문 위에 설치된 레일에서도 기차가 달린다. 저마다 품고 있던 추억이 뭉게뭉게 피어난다.
1층 테이블은 시베리아, 유로스타, 퍼시픽, KTX, 더간 등 유명 철도노선 이름표를 달았다. 커피를 주문하면 모형 기차에 커피가 실려 테이블로 배달된다. 매장 곳곳에 진열된 세계 각국 모형 기차를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인테리어, 아웃테리어 모두 카페 이름에 걸맞다. ‘기차가 있는 풍경’이다.
카페 <기차가 있는 풍경>은 2017년 조성된 서울 노원구 경춘선숲길 화랑대철도공원 안에 있다. 2021년 9월 24일 문을 열었다. 화랑대철도공원은 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전철 복선화로 운영을 종료한 화랑대역을 중심으로 조성되었다. 공원에는 무궁화호 객체를 비롯해 서울전차, 증기기관차 등이 전시돼 있다. 화랑대역사는 1939년 7월 건립되었고, 2006년 등록문화재로 지정되었다. 2021년 9월 24일 문을 연 <기차가 있는 풍경(이하 기풍)>은 노원구(구청장 오승록)가 주민 여가문화시설로 직영하고 있다. 연면적 388.66㎡, 3층 단독 건물로, 기초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카페로는 최대 규모라 할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