훌쩍훌쩍, 흐느낌이다. 아무리 시끄러워도 그 소리만큼은 묻히지 않는다. 카페 <밤9시의 커피> 구석에서 나는 소리다. 단골손님 ‘연시’가 울고 있다. 왜인지 물어보지 않았다. 대신 커피를 다시 내렸다. 그가 좋아하는, 단맛과 바디감이 풍부한 멕시코 커피다. 살며시 그가 앉은 테이블에 갖다 놓았다. 얼굴을 든 그를 향해 엷은 미소를 띠며 마시라는 눈짓만 건넸다.
때로는 말 대신 커피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연시가 얼마 전에 연애사 고민을 건넨 적이 있었는데, 섣불리 짐작할 순 없었다. 문득 달력을 봤다. 아, 유월이다. 옛 추억이 성큼 스쳤다. 생각지도 못하게 내가 ‘커피 만드는 남자’가 된 데는 커피를 함께 마셨던 기억도 한 몫 한다. 그 기억 속 풍경과 함께 묻어난 커피 향이 나를 커피라는 세계로 이끌었는지도 모른다. 그 시절, 우리가 함께 마셨던 커피를 둘러싼 향, 공기, 바람, 습도, 숨, 대화 등이 내 마음의 방 하나를 영원히 전세 냈다. 나는 그 방을 뺄 수가 없다.
커피든 밥이든 함께 하는 일상의 행위는 어떤 함의를 품고 있다. 무엇이든 함께 먹고 나눈다는 건, 기본적인 신뢰를 배경으로 한다. 이미 신뢰를 맺은 상태이거나 공동의 이해관계를 맺게 될 때, 으레 “밥 한번 하자” “커피 한 잔 마시자”라고 말을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