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작고 아름다운 반려생명 청솔에게”라고 시작하는 그 편지는 절절한 그리움을 담고 있습니다. 청솔과 함께 보냈던 시간과 추억, 무엇보다 충분히 사랑하고 충분히 사랑받았다는 사실을 또박또박 새겨 놓고 있습니다. 청솔과 함께한 17년이 해솔을 어떻게 바꿔놓고 성장하게 만들었는지 알 수 있습니다. 문득 예전에 읽었던 책 《철학자와 늑대》가 건넸던 이 말이 떠올랐죠. “누군가를 기억하는 가장 중요한 방법은 그들이 형성하도록 도와준 나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것이다.” 이 추모식을 통해 새삼 우리는 ‘슬픔의 자리에서 비로소 열리는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뉴질랜드 작가 로이드 존스(Lloyd Jones)의 소설 <미스터 핍(Mr. Pip>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오세아니아에서 일어난 가장 큰 규모의 무력 분쟁이었던 부건빌 내전을 배경으로 한 작품입니다. 출판과 함께 영미권 팬들의 관심을 받았던 이 소설은 2012년 뉴질랜드 앤드류 아담슨 감독에 의해 동명의 영화로 만들어졌습니다.
영화는 1990년대 부건빌 내전 와중에 적군에 붙들린 소녀 마틸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마틸다는 어머니의 사랑과 헌신적인 보호 아래 부건빌에서 학창시절을 보내던 평범한 원주민 소녀였죠. 열성적 기독교인이기도 한 엄마 돌로레스는 딸의 교사인 와츠를 신뢰하지 않습니다. 엄마의 지나친 간섭 속에 ‘지성의 한계’를 얘기하며 학업을 포기하려는 마틸다에게 와츠는 찰스 디킨스의 소설 <위대한 유산>(소설 속 주인공 이름이 ‘핍’)을 건네주며 그녀의 가능성을 일깨워주려고 애를 씁니다.
커피 잔 속에는 세 여인이 있다. 다른 피부색 여인은 내 딸 혜빈이다. 딸은 2년간 아프리카 남동부의 말라위라는 생소한 나라에 가 있었는데 그때 보내준 사진은 캔버스 그림으로 옮겨졌다. 딸을 그리워하며 그린 그림이다. 그림 속 바다처럼 보이는 것은 아프리카에서 세 번째로 큰 말라위 호수이다. 커피 한 모금을 마시며 다시 물어본다. ‘나보다 덜 가진 너, 너보다 더 가진 나.’ 누가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