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숙 대표의 이력은 특별하다. 10여 년 전 하동으로 귀농하기 전, 그녀는 인권운동가였고 인권 영화제를 이끄는 총감독이었다. 인권을 소리 높여 외치던 그녀가 어떻게 꿀벌을 키우고 로열젤리를 생산하게 되었는지, 우리 다큐멘터리 취재와 무관하게 그 사람에 대해 관심이 샘 솟았다. 처음 만나 사연을 들어보니, 대개의 귀농자가 그렇듯 그녀 역시 사람에게 치여 또 다른 삶을 꿈꾸게 되었다. 원래도 곤충이나 동물의 생태에 관심이 많았던 터라, 일숙씨는 양봉을 배우기로 결심했다. 스승에게 열심히 로열젤리 채취하는 기술을 배운 후, 경기도 양평에 그녀만의 꿀벌 농장을 만들었다.
요즘 <나는 반딧불>이란 가요가 여기저기서 많이 들린다. 가사에 이런 구절이 나온다. “나는 내가 빛나는 별인 줄 알았어요/ 한 번도 의심한 적 없었죠/ 몰랐어요 난 내가 벌레라는 것을/ 그래도 괜찮아 난 눈부시니까”
세상살이가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그래도 괜찮다고 느끼게 하는 힘의 원천은 무얼까? 그건 바로 내 삶의 주인이 나이고, 내 삶의 결정권이 나에게 있다는 걸 깨달을 때가 아닐까 싶다. 모르긴 몰라도 사회활동 조직을 이끌고 영화제 총감독으로 살아갈 때, 그녀의 삶은 여왕벌과 같이 자신의 것을 쉬지 않고 내어주고 소진하는 삶이었으리라.
예수회 소속의 로메로 신부는 유럽에서 커피가 엄청난 인기를 끌면서 물량 부족으로 가격이 폭등한 현장을 직접 보았기 때문에 커피농사가 고달픈 원주민들의 삶을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었습니다.
하지만 콜롬비아 원주민들은 커피나무를 키우기 시작해 첫 수확까지 4년을 기다릴 삶의 여유가 없었습니다. 커피농사를 지었다가는 4년간 굶어 죽을 수 있다는 두려움뿐 아니라 듣지도 보지 못한 커피가 부를 안겨 줄 것이라고 믿기지 않은 탓입니다.
신부는 고해성사라는 절차를 활용해 원주민들에게 죄를 용서받기 위해 치르도록 하는 고행 대신 커피묘목을 심도록 했습니다. 영세를 받은 원주민들을 중심으로 커피나무가 자라기 시작하자, 대주교는 다른 지역의 신부들에게도 이를 권하면서 예수회 차원에서 커피나무 심기가 번졌습니다. 콜롬비아를 품질이 좋은 커피를 세계에서 가장 많이 생산해내는 진정한 커피대국으로 성장케 한 동력은 결국 ‘가톨릭의 신앙심’이었던 셈이죠. 콜롬비아 커피에는 ‘신이 빚어낸 커피’라는 수사가 붙는 배경입니다.
시청각의 언어인 영상물이 대중의 환호와 기호를 싹 다 잡아먹고 있는 상황에서도 어느 순간 우리는 문자 텍스트만으로 이루어진 책을 집어들 때가 있다. 가장 외롭고, 고즈넉한 순간에 우리는 기꺼이 문학에 자리를 내어주어야 한다. 아마 스스로의 힘과 이해를 통해 세상과 소통하고 싶은 순간이 그럴 것이다. 실존적 자각이 정신을 흔들어 깨울 때 사람은 가장 존엄해진다. 그 대상이 스토리가 됐든, 감정이 됐든 우리는 문학의 자장 안에 머물 것이다.
시간이 갈수록 깊이를 더해 가는 사람들의 인연이 있듯, 문학에도 알면 알수록 무릎을 치게 되는 시들이 있다. 비유와 상징이라는 문학 본연의 언어적 기법으로 깊이 있는 사랑의 통찰을 들려주는 시 두 편을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