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단골이 당신을 참 좋아했습니다. 설원 위에서 먼저 세상을 떠난 사랑을 떠올리며 ‘오겡끼데쓰까?’를 외치던 애틋한 목소리와 풍경을 어찌 잊을까요. 매년 겨울이면 당신을 떠올립니다. 그래서 겨울, 특히 눈이 오거나 온 다음, 당신을 좋아하는 이들과 함께 영화, <러브레터>를 만났습니다. 그때마다 나는, ‘러브레터’라고 명명한 커피를 내렸죠. 그 커피 위, 눈처럼 하얀 크림을 살포시 올렸습니다. 당신을 향한 하얀 그리움이었다고 할까요. 그런 커피를 마시며 당신을 만날 때마다 가슴 한편이 아릿하게 저렸었죠.
원두커피를 본격적으로 즐기기 시작하면 머지않아 단종 커피(Single origin coffee)의 단조로움을 벗어나 조금 더 새로운 맛과 향을 원하게 되는 것이 일반적인 경향이다. 이처럼 두 개 이상의 원두가 갖고 있는 고유의 특성을 서로 혼합해 지금까지 볼 수 없던 새로운 맛과 향을 창조해내는 것을 블렌딩(Blending)이라고 한다. 블렌딩은 원산지가 다른 원두에만 해당되는 것은 아니다. 같은 곳에서 생산된 원두라 해도 로스팅 정도가 다르거나 가공방법이 달라지면 특성에 차이가 나기 때문에 얼마든지 이를 혼합해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시인들의 모임인 한국시인협회인가에서 설문을 한 적이 있다. 우리 시조문학에서 우수하다고 생각하는 시조를 10개 꼽으라는 거였다. 결과는 황진이의 시조 여섯 작품이 10위 안에 모두 들어갔다는 것. 출중한 기생으로서 조선 중기 남성들의 마음을 애간장 녹이듯 했다는 그녀의 일화는 많이 알려져 있다. 사진 기술이 처음 발명된 게 1820~1830년대라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그러니까 사진이 아무리 우리에게 일찍 전해졌다하더라도 그녀의 자태를 사진으로는 볼 수 없었을 것이다. 아쉬운 점이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었는지 궁금하다면 그녀의 삶이나 작품으로 들여다 볼 수는 있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