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 에티오피아에서 커피의 뿌리를 찾고, 젊은 시절의 랭보가 그곳에서 마주한 또 다른 삶을 떠올립니다. 잘못 배달된 도시락이 낯선 인연을 이어주고, 한 잔의 차(茶)는 ‘지금 이 순간’의 소중함을 일깨워줍니다.
[밤9시의 커피] 그해 가을, 랭보의 커피
‘나의 가장 빛나는 죄악’을 위하여
랭보는 <지옥에서 보낸 한철>을 끝으로 스무 살에 시를 덜컥 놓았다. 5년여 100편에 가까운 시를 세상에 내놓고 시인으로서 삶을 마감했다. 이후 랭보는 커피 상인(무역상)이자 무기상으로 살았다. 그는 왜 커피를 택했을까. 아니 커피가 그를 택한 것일까. 나는 커피와 랭보의 관계가 궁금했다. 당시 백인으로서 커피무역상에 고용된 경우는 그가 처음이었다고 전해진다. 그는 에티오피아로 향했다. 아프리카에 가고 싶었다. 에티오피아를 택한 것은 태양과 가장 가까운 곳이라고 생각해서였다. 빨간 커피 열매가 처음 태어난 곳도 에티오피아이다.
에티오피아는 커피의 탄생지이다. 9세기쯤 칼디(Kaldi)라는 목동이 커피열매를 처음 발견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 곳이다. 아라비카 종이 에티오피아의 카파(Kaffa)라는 지역에서 발견됐다. 칼디는 염소가 야생의 빨간색 체리(커피열매)를 먹기만 하면 활력이 솟구쳐 동작이 왕성해진다는 사실을 눈치챘다.
에티오피아는 가장 흥미로운 향미를 내는 아라비카 커피를 생산하는 곳이라는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하라(Harar)와 이르가체페(Yirgacheffe/ 예가체프)에서 나는 커피는 풍성한 향미를 자랑하면서 에티오피아 커피의 명성을 드높이는 보석 같은 존재이다.
무엇이든 인공적으로 꾸미고 다듬기를 좋아하는 일본인들의 전통문화는 외부인의 눈에 종종 기이하게 비칠 때가 있다. 자연의 세계를 한사코 한정된 공간 안에 응축해 재현하려는 일본의 정원(庭園)문화가 그렇고, 살아있는 꽃가지를 꺾어 화병에 장식하는 꽃꽂이(いけばな) 또한 마찬가지다. 차(茶) 한잔을 마시기 위해 엄격한 격식과 예절을 지켜야 하는 일본의 다도(茶道) 역시 일본문화에 대한 외부의 편견을 부추기는 낯선 생활양식 중의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