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을 좋아하다보니 관련 책이나 영화도 즐겨본다. 심지어 개와는 전혀 상관없는 내용의 안톤 체호프의 <개를 데리고 다니는 여인>은 제목에 낚여 봤을 정도. 바바라 오커너의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은 졸지에 살던 집을 잃어버린 어린 소녀가 가족이 함께 살 집을 마련하기 위해 개를 훔치기로 하면서 벌어지는 일들이 따뜻하게 펼쳐진다. 우리나라에서 영화로도 제작되었는데 출연한 강아지뿐만 아니라 어린아이들까지 너무나 사랑스러워 한동안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소설 속 주인공이 훔칠 적당한 개를 찾기 위한 규칙이 첫째, 너무 시끄럽게 짖지 않아야 한다. 두 번째, 물지 않아야 한다. 세 번째, 가끔은 개 혼자 밖에 있어야 한다. 네 번째, 주인의 사랑을 듬뿍 받는 개여야 한다. 아무도 관심 없는 늙어빠진 개는 안 된다. 다섯 번째, 개 주인은 개를 돌려받기 위해 돈을 펑펑 쓸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예를 들어 큰 집에 살면서 리무진이나 그 비슷한 것을 타고 다니는 사람이면 좋다. 다섯 가지 조건에 맞는 개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소녀의 모습이 사랑스럽기도 하고 사람 중심의 이기적인 생각인 것 같아 ‘웃프기(웃기고 슬프기)’도 했다.
<플랜더스의 개>, <벨과 세바스찬>, <말리와 나>, <돌아온 벤지> 등 동물 관련 영화에 등장한 주인공들은 내 마음 속 강아지들이다. 강아지 관련 TV프로그램들도 찾아보며 반려견들의 문제 행동들에 대한 해결 방법을 고민해보기도 한다.
우리집 아이들도 강아지를 무지 좋아한다. 강아지 키우는 친척집에 방문하면 서로 안아보겠다고 순서 다툼을 하곤 한다. 이 사람 저 사람 품에 안겨있거나 끊임없는 공놀이에 오히려 지쳐버린 강아지가 제 집으로 숨어버릴 정도다. 여느 집처럼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가끔 강아지 키우고 싶다고 조르기도 했지만 다들 바쁘게 지낸 터라 심각하게 고민하지는 않았다. 이제 다들 장성해 각자의 생활을 하니 허전하다. 강아지를 키우고 싶다는 마음이 갈수록 커지는 건 그만큼 외로움이 깊어지기 때문일까. 이런 내 모습도 집착일 수 있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적 집에는 언제나 개가 있었고 고양이도 가끔씩 키우곤 했다. 강아지가 사랑스러운 건 말할 필요도 없고 고양이는 낯설고 어려우면서도 사랑스러운 존재였다. 어린 내가 낮잠을 자고 있으면 팔 안쪽에 턱을 올리고 잠을 자던 아기고양이의 숨소리가 어찌나 평화롭던지 잠에서 깨고 나서도 한참을 움직이지 않은 채 가만히 콧김을 맡고 숨소리를 듣곤 했다. 오래된 기억이 여전히 마음을 따뜻하게 한다. 따뜻한 체온과 쌕쌕거리는 숨소리가 그립다.
고양이라도 키워볼까? 몇 년 전 재미있게 본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마음에 생긴 구멍을 메우기 위해 외로운 사람들에게 고양이를 빌려주는 일본 영화 <고양이를 빌려드립니다>를 보고 한동안 입에 ‘네코네코~’가 종일 맴돌곤 했다. 문득 사요코가 빌려줄 고양이를 태우고 밀고 다니는 수레가 집 앞을 지나가는 상상을 해본다. 고양이든 강아지든 빌려주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