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밀, 우리 식재료로 만든 빵 맛을 찾아 구례 ‘목월빵집’을 찾아갔습니다. 7월, '무지개 카페'가 된 <밤9의 커피>의 풍경을 상상해봤습니다. 산티아고 길노래 마지막 회, <너의 것이 될 거야>노래가 힘을 줍니다. 어느 날 고속버스에서 마주한 일꾼의 모습을 <낮잠>이란 시에 담았습니다.☕
[인간극장] 구례 ‘목월빵집’의 보랏빛 소묘 시골빵집의 ‘한국인의 빵 밥상(床)’ 프로젝트
강나루 건너서 밀밭 길을 구름에 달 가듯이 가는 나그네 길은 외줄기 남도 삼백 리 술 익는 마을마다 타는 저녁놀 _ 박목월, <나그네>
전라남도 구례에는 술 익는 마을 대신 빵 굽는 냄새가 진동하는 집이 있다. 묘하게도 이 집의 이름은 목월빵집, ‘나그네’란 시를 떠올리며 지은 빵집 이름이다. 박목월 시인의 자작시 해설서 《보랏빛 소묘》에서 착안한 걸까? 온통 보랏빛으로 멋을 낸 집이다.
‘푸우’를 닮은 청년, 젊은 빵장수 장종근 씨는 우리 밀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지역의 빵집이라면 지역의 식자재를 이용한 빵을 만들어야 한다는 철학을 세웠다. 그리고 열심히 식자재 공부를 했다. 아예 지역에 사는 요리 연구가를 스승으로 삼고 공부하며 빵 연구를 시작했다. 그런 열정이 만들어낸 빵이 ‘수제햄 젠피 빵’ ‘누룽지 빵’ ‘산동막걸리 오곡빵’ 등이다.
인류가 무지개를 처음 만났을 때는 공포심을 느꼈다고 한다. 하지만 차츰 무지개에 대한 공포심을 지웠다. 자연현상임을 알았으니까. 인위적으로 거부할 수도, 피할 수도 없는 자연 그대로의 현상. 무지개는 인류사에서 하늘과 땅, 신과 인간을 잇는 다리 구실을 했다. 노아의 대홍수 뒤에 등장하는 무지개가 그랬고, 한국 무속신앙에서 천지신명에게 기도하는 제사상에 올리는 무지개떡과 무당의 무지개 색동옷이 그랬다. 여름이면 세계 곳곳에서 무지개가 휘영청 떠오르는 이유는 사람과 사람을 잇기 위함이 아닐까. 분리하고 배제하면서 차별과 혐오를 쏟아내지 말고 잇고 연결하라는 에너지가 발산하는 것은 아닐까.
거실에서 혼자 기타를 퉁기고 있을 때, 프랜치스가 슬며시 곁으로 다가와서는 반짝이는 눈으로 내 노래를 듣고는 “너의 노래에는 마음에 와 닿는 울림이 있어”라고 말해주었다. 큰 격려를 받는 느낌이었다. 순례길에서 몇 번 안 되는 공연을 할 때마다 프랜치스가 있었고, 그는 매번 아낌없이 박수를 쳐주었다. 같은 알베르게에 묵을 때면 먼저 기타를 찾아서 내게 건네주곤 했다. 나는 그런 프랜치스 앞에서 노래하는 것이 좋았다 [더 보기] https://www.cafein21.co.kr/allarticle/10642
[클로징 포엠] 낮잠
시간은 오후 계절은 8월 서울행 고속버스에서 보이는 외부는 형무소 훅훅한 더위가 수갑을 채우며 다가선다. 마지막 7박 8일의 노동을 끝내고 마시는 청량음료 흙투성이 운동화 끈에 13번 창 측 좌석 누군가 흘린 오징어 다리 하나 뻣뻣한 삽자루처럼 꽂혀있고 인파는 해파리처럼 늘어져 퍼진다 미처 씻어내지 못한 시멘트 가루 몸속에서 꽃을 피운다 휴게소 푸른 모니터의 하늘 자판을 두들기듯 새들이 날고 있다 경쾌하게 버스는 출발하고 고개를 돌리자 빠져드는 낮잠의 달콤함 오 분 후쯤 등장하는 아가씨 히아신스 향기와 금잔화의 구두를 신고 내가 좋아하는 광고 속의 그녀, 드디어 내게로 안겨 온다 잔뜩 부풀려진 샴푸 냄새를 코끝으로 터뜨리며 붉고 노란 꽃잎을 내 입으로 옮겨주면 아, 피었다 지는 싱그러운 땀냄새들 시간은 오후, 그리고 소금기 묻은 햇살 황홀하게 흘려보낸 한 나절 부시시한 눈을 비비고 다시 모자를 고쳐 쓰지만 나의 행복한 미인은 머릿결까지 황금빛 거품을 물고 잠 속으로 나를 이끌고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