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블리비언>(2013)은 ‘지구 최후의 날’을 모티프로 한 SF영화입니다. 영화는 60년 전 외계인의 침공으로 지구는 파괴되고, 대부분의 인류가 토성의 위성인 타이탄으로 이주한 상황을 그립니다. 지구에 홀로 남은 마지막 정찰병인 잭 하퍼(톰 크루즈)는 60년 전 실종된 오디세이호의 생존자인 줄리아(올가 쿠릴랜코)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녀와 함께 지구 파괴를 둘러싼 음모를 파헤칩니다.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파괴된 지구에서 잭 하퍼가 유일하게 안식처로 느끼는 오두막이 나오는 부분입니다. 첨단의 문명이 지배하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휴식을 취하는 자연 속의 오두막 한 채는 영화를 보는 관객들에게 지구가 파괴되기 전의 자연환경을 떠올리게 하고, 영화 전체를 통해 인류의 근원적인 향수를 느끼게 하는 곳으로 묘사됩니다.
지구 침공 세력들에 의해 자신의 존재를 왜곡 당한 채 살아가던 주인공이 정체성을 확인해 가는 과정에서 등장하는 오두막은 상징성이 강한 공간입니다. 과학 문명의 최정점이 아무리 화려하더라도 인간의 내면에는 버릴 수 없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짧은 순간이지만 강렬하게 드러냅니다. 제목 ‘Oblivion’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 즉 망각을 뜻합니다. 물길이 흘러 아무리 큰 바다를 이루더라도 그 시작은 작은 물방울 하나이었듯이, 첨단 문명의 시원(始原)에도 망각할 수 없는 장소가 존재한다는 것이죠. 과학 문명이 지배하는 세계에서 이질적이지만 담백하게 표현되는 오두막은 진정한 안식처가 되는 공간이 어떤 곳인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더보기] https://www.cafein21.co.kr/allarticle/11290
[커피시네마]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마다가스카> 풍운아 카첸버그 감독의 ‘아프리카 동물소동극’
별다른 흥행작들 내지 못한 채 기울어가던 영화사, 파라마운트의 재건을 이끈 건 제프리 카첸버그(Jeffrey Katzenberg)라는 걸출한 제작자입니다. 1984년 애니메이션의 명가 디즈니로 스카우트된 카첸버그는 그곳에서도 <인어공주> <미녀와 야수> <알라딘> <라이언 킹> 등의 세계작인 흥행작을 만들어내며 명가 재건을 이끕니다. 하지만 승자독식의 경영권 싸움에서 패해 불명예스럽게 회사를 쫓겨납니다.
분노한 카첸버그는 디즈니를 그만둔 지 불과 8일 만에 새로운 애니메이션 제작사 ‘드림웍스(DreamWorks)’의 설립을 발표합니다. 그와 함께 공동경영인으로 참여하게 된 이들의 면면이 또 한 번 영화계를 깜짝 놀라게 합니다. 그 두 사람은 <ET>와 <쥬라기 공원> 시리즈로 영화 역사를 새로 써가던 스티븐 스필버그(Steven Spielberg) 감독과 영화계와 음악계에서 당대의 거물로 군림하던 데이비드 게펜(David Geffen)이었습니다. 얼마 뒤 스필버그 감독이 연출에 전념하기 위해 회사를 떠나지만 카첸버그와 게펜은 곧 디즈니의 아성을 위협할 만한 문제작을 잇달아 내놓으며 애니메이션 산업의 지형을 근간부터 흔들어놓게 됩니다.
몇 년 전 늦은 봄, 벚꽃은 지고 반짝거리는 연둣빛 새 잎들이 솟아올라 어느새 어른스럽게 청록 빛으로 옷을 갈아입는 시기였다. 일본에서 단풍이 가장 아름답다고 손꼽히는 그곳, 일본 교토의 에이칸도에 갔다. 입구에서부터 이어진 정원은 이것만 봐도 충분하다 싶을 정도로 광활했다. 단풍이 들면 많은 사람들이 이 정원에서 가을을 느끼기에 충분하도록 넒은 마음을 가졌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853년에 창건된 에이칸도의 원래 이름은 젠린지(禪林寺)였다고 한다. 에이칸(永観)이라는 주지스님이 에이칸도(永観堂)로 이름을 바꿨다고 하는데 단풍뿐만 아니라 77㎝ 아담한 크기의 아미타여래와 수많은 국보급 불화 보물들로 유명한 곳이었다. [더보기] https://www.cafein21.co.kr/atelier/11296
[클로징 포엠]
폐업
거리에는 너무 딱딱한 빵들이 걸어다니고 있다 생각이 발효되지 않았거나 발효가 너무 지나쳐 어떤 빵들은 잠바 속에 너무 많은 비밀을 넣고 다닌다 이렇게만은 살 수 없어, 누군가 중얼거릴 때 오븐의 타이머처럼 바람의 눈빛이 흔들렸다 이제 그녀는 더 이상 달콤한 빵을 굽지 않는다 발효된 프랑스 양과자 크림 장식물이 저녁 가랑비에 하얗게 녹아내리고 있다 그녀의 실업이 결정되던 날 사거리의 낙엽은 이력서의 행간처럼 쏟아져 내렸다. 창밖의 네온은 전기오븐의 타이머처럼 깜빡거릴 뿐 두 아이의 눈망울은 형광등 불빛 아래서 뿌옇게 잠을 청하리라 그녀가 창백한 손으로 가로등 하나, 둘 밝히면 폐업을 준비하는 가로수는 옷깃을 바스락거리며 떠나갔다 실업의 뿌리가 깊어져도 마른 꽃잎이라도 피어오르겠지, 얼마 남지 않은 케이크를 마저 꺼내놓을 때 사람들은 이런 추억도 파느냐고, 팔아도 되는 거냐고 혀를 차며 되물었다 저 거리의 불빛 너머로 나도 건너갈 수 있을까, 그녀가 중얼거릴 때 거리에는 너무 딱딱한 빵들이 늦은 저녁 가랑비 사이를 건너가고 있었다
시. 오형석
※ 이 콘텐츠를 보시고 누군가 떠오르신다면 전해보세요. ( 메일 화면에서 '전달하기' 클릭) <카페인>에게 큰 힘이 됩니다~